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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집에서 이 자세로 TV만 보는 아버지들~ 여기 앉아 ‘아버지 공부’합시다!

미스크린 2006. 9. 14. 10:09
출처 : 문화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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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이 자세로 TV만 보는 아버지들~ 여기 앉아 ‘아버지 공부’합시다!



[조선일보 김한수기자]

“ 우리 아버지들은 아버지 역할에 대해 한 마디로 ‘무식’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그렇다고 야단치면 안 됩니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위로 받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하지요.”

‘두란노 아버지학교’가 연말이면 10만 명의 수료자를 배출할 전망이다.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서고,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취지로 지난 1995년 두란노서원(원장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이 개설한 ‘아버지학교’는 8월말 현재 8만 3000여명이 수료했으며 국내 80개 지역과 해외 70여 개 지부에서 교육이 진행 중이다.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에 대한 교육을 시키는, 일견 따분해 보이는 ‘아버지학교’가 관심을 끄는 배경은 무엇일까? 10년째 ‘아버지학교’를 이끌고 있는 김성묵 장로(두란노 아버지학교 국제운동본부장)는 “아버지 역할도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 장로는 이 학교의 설립자가 아니다. 오히려 이혼직전까지 갔던 ‘문제 가장(家長)’이었다. “돈만 벌어주면 가정은 저절로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남들에게는 나이스(nice)하다는 소리 들으면서 집에서는 짜증내고, 힘 들어도 강한 척하고, 스트레스 쌓인다고 술 마시고, ‘내가 마시고 싶어 마시냐, 다 가족을 위해 돈 버느라 그렇다’고 큰소리 치고…. 입만 벌렸다 하면 나라 이야기, 정치 이야기였지만 실상 내 가정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부관계, 자식과의 관계가 엉망이 됐던 거죠.” 위기의 상황에서 그는 ‘아버지학교’를 1기로 수료하고는 “우리 가정뿐 아니라 다른 가정에도 알리자”는 마음에 1997년 말부터는 ‘아버지학교’ 운영책임을 맡았다.



‘아버지학교’는 바로 김 장로 같은 평범한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픔과 약점을 털어놓고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간씩 5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첫 주에는 알게 모르게 ‘역할 모델’이 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고 둘째 주에는 우리사회의 남성문화, 곧 자신을 되돌아본다. 셋째 주에는 ‘아버지의 사명’, 넷째 주에는 ‘아버지의 영성(靈性)’이 주제이고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졸업식이다. 졸업식장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고,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 주면서 울음바다가 된다.

매주 ‘어려운’ 숙제가 이어진다. ‘자녀와 아내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 써오기’ ‘자녀와 1대1 데이트하기’ ‘아내와 데이트하기’ 등이다. 친구의 권유로, 아내가 ‘소원’이라며 강권해 등 떠밀려 나온 가장들은 처음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길 꺼린다. 그렇지만 다른 아버지들도 똑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게 되고, 교육과 토론을 통해 진정한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하게 된다고 김 장로는 전했다. 김 장로는 “가정이라는 자동차의 운전면허증을 갖게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내에서의 아버지학교가 성공하자 신자가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열린 아버지학교’, 교도소와 각급학교, 지자체 등으로도 범위를 넓혔다. 지난 4월에는 국군장병을 상대로 ‘예비 아버지학교’도 개설했다. 지난해부터 정신적·육체적 순결을 약속하는 ‘아버지 순결운동’도 펼치고 있다. 월간 ‘아버지’를 통해 수료자들의 체험담을 나누기도 한다.

김 장로의 목표는 2010년까지 ‘아버지학교’ 수료자 60만명을 배출하는 것. “60만 아버지들이 각자의 가정에서 건전한 파동을 일으키면 우리 사회 전체에도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김한수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