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돌아가는 30대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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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젊은 아빠들이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직장 일에 치어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 얼굴을 본다든지, 직장 상사와의 술자리 때문에 집을 여관처럼 여기고 살아가던 풍경은 후기 산업사회의 유물이 됐다. 40대가 이념의 세대, 50대 이상이 산업화 세대였다면 30대는 ‘육아의 세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남성 육아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KBS ‘열아홉순정’처럼 TV 프로그램에서도 전업주부, 육아에 적극 나서는 젊은 아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직장에서는 남성의 육아교육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직장을 옮기거나 아예 과감하게 사표를 내던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1~2년 새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는 젊은 아빠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육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난해부터 시작된 젊은 남성 직장인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기업마다 실시하는 육아교육 프로그램에 30대 젊은 아빠들이 몰리고 유아휴직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6일 한국IBM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육아와 양육에 관한 아버지의 역할’이란 강좌에는 준비한 100석이 모자랄 정도로 젊은 아빠들이 몰렸다. 회사 관계자는 “남성도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돈만 벌어다 주는 아빠’라고 했다.
지난 9월 GS칼텍스에서 ‘우리 아이 잘 키우기’라는 주제로 개최한 외부 강연에도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아빠들이 줄을 이어, 대기업에서 육아 강연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서점에서는 ‘아빠 시리즈’는 유례없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나오기 시작해 매장에 전시된 남성용 육아서적이 벌써 20여권이 넘는다. 웅진출판사가 4회의 시리즈로 내놓은 ‘아빠 혁명’은 총 출고 부수가 4만여부에 달하는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회사는 예상치도 못한 인기에 ‘놀이ㆍ답사ㆍ대화ㆍ습관 혁명’ 시리즈에 이어 5탄으로 ‘아빠의 요리혁명’을 기획하고 있다. 덩달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내의 경쟁력을 키우라=남성들이 육아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그런대로 생활을 유지하려면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남은 생을 즐기려는 부모세대들이 더는 아이를 봐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기댈 수 있는 공공 복지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민간 보육시설은 더더군다나 믿을 수가 없다. 결국 과거에는 엄마들이 직장을 포기했지만, 이제는 젊은 아빠들이 고통 분담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던 과거에는 직장 내 경쟁력이 크게 낮아지면서 자의 반 타의 반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 젊은 부부들일수록 남성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가담해 부부 모두의 경쟁력을 일정수위(정리해고)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 대기업 인사담당자도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 오래고 40대 초반이면 슬슬 짐 쌀 준비를 하는 게 현실 아니겠냐”며 “남성 육아는 서구와 같은 고용불안정 사회로 가면서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말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다=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남성들의 가치관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한 교수는 “언제든지 정리해고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젊은 남성들은 기업의 성장이 누구의 성장인지를 고민하게 됐을 것”이라며 “적지 않은 남성들이 일하고 돈 버는 것 자체를 허무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는 언제든지 용도 폐기될 수 있지만 육아는 다르다는 것이다. 육아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규정하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평생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아이와의 유대를 소홀히 했던 50대 아버지 세대들이 초라한 모습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는다. ‘일과 아이를 위한 시민행동’ 천준호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아이와 유대를 갖지 않으면 노년에는 가족관계에서 소외돼 외돌이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잠재돼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아이를 위한 것이 나중에는 자기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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